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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일상

나의 만성 두드러기 기록 #1

by 쥬뗌 파리 202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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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러기 사진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아토피도 없었고,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할 만한 것도 거의 없었다.
두드러기가 생겨도 보통은 약 한 알 먹고 나면 금세 사라졌기에, 이번에도 별일 아니겠지 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다.
가려움은 계속되고, 발진은 점점 더 자주, 넓게 퍼진다.
이제는 만성 두드러기의 기준인 ‘6주’를 훌쩍 넘겼고, 내 몸은 여전히 진행 중인 증상들과 싸우는 중이다.

이쯤 되니 단순한 트러블이라고 넘기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긴 싸움의 기록을 블로그에 남겨보려 한다.
내가 겪는 과정을 솔직하게 써보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참을 수 없는 간질거림의 시작

4월 말쯤이었다.
처음엔 눈에 보이는 발진은 전혀 없었고, 그냥 온몸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간질간질했다.
밤새도록 뒤척이다가 다음 날 아침엔 결국 때수건으로 온몸을 밀어봤지만, 간지러움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이 간지러움은 부모님이 프랑스로 놀러 오신 시기부터 시작된 것 같다.
부모님이 계시는 2주 동안 관광지를 데려다 드리고, 일정 챙기고, 하루 종일 함께 움직이느라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무리가 꽤 컸다.
오랜만에 뵈니 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에 신경도 많이 쓰였고, 그게 생각보다 깊은 스트레스로 쌓였던 것 같다.

그리고 부모님이 한국으로 돌아가신 이후, 본격적으로 피부에 변화가 나타났다.
처음엔 그냥 간지러웠던 몸이, 이제는 배와 등 전체에 붉은 발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체 사진이 보기 숭해서 잘랐는데 저런 발진이 온 배와 등을 덮었다. 이때까지는 상체만 발진이 있고 하체와 팔에는 없었다.

🩺 병원에서의 첫 진단과 혼란

5월 19일, 피부과를 찾았다.
“알러지일 가능성이 높아요.”
항히스타민제를 하루 한 알 먹으라는 처방을 받았지만… 효과는 미미했고 발진은 갈수록 심해졌다.
너무 가려워서 다른 병원을 다시 찾아갔고, 이번엔 바이러스성 발진이라는 진단과 함께 항히스타민제를 하루 두 알 복용하도록 변경되었다.
넓고 붉던 발진들이 작게 줄어들었지만 완전히 없어지진 않았고 시간이 지나면 또 온 몸이 붉게 변했다.

6월초~6월 11일

밤이면 잠을 설쳤다. 몸은 춥고 더워지고, 땀이 났다. 가려움은 점점 더 잦아졌고, 특정 부위가 아니라 손바닥, 발바닥, 팔 접히는 부분, 허벅지 안쪽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생리가 가까워졌을 때엔 잠시 좋아졌다가도, 다시 폭발하듯 올라왔다.

가려움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떤 날은 오전까지 깨끗했다가 오후에 퍼졌고, 어떤 날은 밤새 괜찮다가 새벽에 확 올라오기도 했다. 항히스타민제를 먹고도 가라앉지 않을 때도 많았다.

이런 발진이 배,등,손바닥,손목, 엉덩이,허벅지, 발바닥, 발등 으로 번지기시작함.

6월13~15일
5월에 완치라고 생각했을정도로 잠깐 좋아졌을때가 생리 예정일 전이었는데 이번에도 생리 예정일 전에 반짝 좋아져서 며칠 편한 날을 보냈다.

6월16~18일
다시 심해졌다 . 좀 나아지려나 했더니 심해져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 약을 먹으나마나 가려움은 비슷하고 발진도 약을 안 먹어도 밤이되면 좀 가라앉아서 한달 좀 넘게 복용하던 항히스타민을 끊기로한다.


6월19~6월22일

며칠 전부터 항히스타민제를 끊고,
매일 30분 정도 유산소 운동을 시작했다.
땀이 흐를 정도로 걷거나 뛰고,
운동이 끝나면 바로 미지근한 물로 샤워했다.

🩺 병원에서 받은 마지막 진단 – 6월 21일

“바이러스도 아니고, 알레르기도 아닌 것 같아요. 스트레스성 두드러기일 확률이 높아요.”

이 말을 듣고 처음엔 허탈했다.
확실한 원인도 없고, 치료법도 딱히 없는 상태.
그저 관리와 회복, 스트레스 조절, 생활습관 개선이 전부라는 현실.

항히스타민제, 연고, 마그네슘을 처방받고 다시 생활로 돌아왔다.

요 며칠은 발진은 확실히 덜 올라왔다.
그게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었다.
그런데 가려움은 여전하다.
낮에는 신기할 정도로 조용하다.
발진도, 가려움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밤이 되면 손이 간지럽고,발이 간지럽고,
교대로 돌아가며 몸이 가렵다.

6월23일~24일

초반에 그렇게 가려웠던 등은 한동안 조용했는데,
어제부터 다시 너무 가렵기 시작했다.
손, 배, 허벅지, 전신이 가려워서 예전처럼 온몸이 들썩들썩할 정도다.
어제, 도저히 참지 못하고 긁어댄 뒤로,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초기처럼 전신에 발진이 올라왔다.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넓고 붉게 퍼진 건 꼭 두드러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마치 열이 배출되지 못해서 올라온 듯한 발진.
물론, 모기 물린 것처럼 볼록하게 올라오는
전형적인 두드러기도 여전히 있다.

열을 식히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30분간 땀 흘릴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했다.
끝나자마자 미지근한 물로 샤워.
한두 시간이 지나자 붉게 달아올랐던 피부는 조금씩 가라앉았지만, 가려움은 여전하다.어쩌면 더 심해진 느낌이다.
오늘 밤, 만약가려움이 계속해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지면,며칠간 중단했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할 생각이다.


매일 기록하며 내 몸의 반응을 관찰하고, 패턴을 찾으려 애썼다. 가려움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였다.
누군가는 그냥 “두드러기쯤이야”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건 나에게 삶의 리듬을 바꿔놓은 일이었다. 매일 밤이 두려웠고, 아침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그럼에도 매일 기록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 나의 피부를 받아들이기 위해.
이 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언젠가, 나도 이 글을 웃으면서 다시 읽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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